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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공 본드 이야기 1
    목공 이야기 2019. 8. 15. 20:37

    "공방에서 늘 쓰고 있는 것 중 가장 잘 모르는 것이 목공 본드다."

    정말 그렇습니다. 바르면 붙으니까 쓰긴 하지만 그렇게 붙인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버텨줄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는 않지요. 본드 발라서 결합한 도미노나 목심이 어쩌다 빠지기라도 하면 목공 본드에 대한 불신은 더 커집니다. 목공의 많은 일들이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일들인데 반해 - 예를 들어 톱질이나 주먹장이 잘 되었는지 어떤지는 눈으로 보고 바로바로 알 수 있는데 반해 - 본드가 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목공 본드는 나무보다 강하다."

    목공 본드에 대한 '불확신'을 갖고 계신 분들께는 우선 목공 본드의 접착력은 나무보다 강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목공 본드로 붙여놓은 나무를 억지로 떼내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본드 접착 부위 주변의 나무가 떨어지며 서로 분리됩니다. 본드의 접착력이 나무 자체의 강도보다 세서 생기는 일입니다.

     

    이건 목공 본드의 종류와 관계가 없습니다. 타이트 본드든 고릴라 본드든, 오공 205본드든 시중에 목공 본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본드라면 다 이정도의 강도는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접착력 때문에 본드를 구별해서 쓸 필요는 없습니다. 

     

    "목공 본드는 붙일 수 있는 것만 붙인다."
    그러나 목공 본드가 모든 것을 잘 붙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목공 본드로 유리나 플라스틱, 쇠 같은 재료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목공 본드는 그 접착 원리 상 섬유질로 되어 있는 재료만 붙일 수 있습니다. 나무나 종이처럼 말이지요. 파이버글라스도 붙일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wood handbook)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에서도 목공 본드가 잘 못붙이는 부위가 있습니다. 바로 나무의 나이테면(마구리면)입니다. 나이테면과 나이테면의 접착은 말할 필요도 없고 나이테면과 나뭇결면(나뭇결이 드러나는 면)도 서로 잘 안붙습니다. 나무의 나이테면과 나뭇결면을 붙여놓으면 붙어있기는 하지만 작은 충격이나 외력에도 접착 부위가 떨어져버리곤 합니다. 아래 사진에 나이테면-나뭇결면 접착 부위가 '깔끔하게' 떨어진 것이 보이나요?

     

    목공 본드의 접착력이 나무 자체보다 강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나무의 나뭇결면과 나뭇결면을 붙였을 때의 이야기임을 알아야 합니다. 

     

    "본드는 잘못이 없다. 잘 붙이지 않은 내 탓이다."

    나무의 나뭇결면과 나뭇결면을 목공 본드로 붙이는 대표적인 경우가 판재 집성입니다. 

    ① 붙일 양쪽 면을 깔끔하게 잘 정리한 뒤 

    ② 본드를 잘 펴 바르고 

    ③ 붙여서 클램프로 조여놓는다.

     

    나뭇결면과 나뭇결면을 서로 붙이는 경우이니 어지간하면 잘 붙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판재의 집성 부위가 다시 떨어지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입니다. 특히 공장표 집성판에 그런 일이 많습니다. 요는 '잘 붙는 부위라고 그냥 붙이면 되는 것이 아니다, 잘 붙여야 잘 붙는다' 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목공 본드로 잘 붙이는 걸까요? 답은 위에 벌써 써놓았는데요, 그 전에 목공 본드의 접착 원리부터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목공 본드로는 쇠나 유리는 붙일 수 없다고 한 것이 기억나시나요? 쇠나 유리에는 목공 본드가 스며들 수가 없으니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되는 본드로는 붙일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다시, 어떻게 하는 것이 목공 본드로 잘 붙이는 걸까요? 앞서 펼쳐놓은 집성의 단계 별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① 붙일 양쪽 면을 깔끔하게 잘 정리한다. 
    면이 깔끔하지 않다는 것은 세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면에 요철이나 굴곡이 있다. 둘째, 면에 노출된 섬유가 으깨지거나 바스러진 상태다. 셋째, 면에 오염물질이 묻어있다. 이 중 어느 한 경우에만 해당되어도 목공 본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붙일 면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대패로 한번 밀어주는 것입니다. 위의 현미경 사진이 바로 손대패로 정리한 면의 깔끔합입니다. 표면의 깔끔함 뿐 아니라 전체적인 굴곡과 요철 또한 손대패로 다 잡아줄 수 있습니다.

     

    차선은 수압대패나 자동대패로 면을 정리한 뒤 붙이는 것입니다. 표면에 수압대패의 가공흔적(요철)이 조금 남긴 하지만 가공흔적의 간격이 1mm 이내로 촘촘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봅니다.  

    테이블쏘로 켠 모서리를 바로 붙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테이블쏘 톱날로 인한 요철이 본드의 접착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본드가 양쪽 나무로 스며든 층을 가운데에서 잡아주는 본드층은 얇을 수록 좋다고 되어 했는데요, 그 최적 두께를 0.05mm 전후로 봅니다. 요철면과 요철면은 겉보기에 서로 잘 밀착되어 있는 것 처럼 보여도 목공 본드가 보기에는 서로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또한 샌딩한 면도 잘 안붙습니다. 거친 샌딩을 통해 인위적인 요철을 만들어 주면 더 잘 붙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요철 자체도 문제지만 샌딩한 면(200방 이하)에서는 섬유가 으깨져 있어서 '스며든 층'이 건전하게 형성되지 않습니다. 

     

    참, 대패로 잘 다듬은 면은 즉시 붙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잘 다듬은 나무를 한달 쯤 세워두면 없던 요철(거스러미)도 생기고 뭔가가 묻거나 나무 내부에서 흘러나오기도 하지요. 따라서 가능한 바로, 늦어도 면 가공 후 24시간 이내에 붙여야 합니다. 

     

    ② 본드를 잘 펴 바른다.
    본드의 접착력이 잘 형성되려면 본드가 양쪽 나무 모두에 잘 스며들어서 건전한 스며든 층이 생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일단 본드를 빈틈없이 잘 발라야 합니다. 양쪽 모두에요.

     

    판재 집성이든 가구 조립 작업이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보니 장붓 구멍에만 본드를 바르고 장부에는 본드칠을 안한다거나 도미노 구멍에만 본드를 하고 도미노에는 본드를 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본드의 양이 충분하고 본드 표면이 굳기 전에 바로 붙인다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다른 여러 곳에 본드를 칠하는 동안 구멍 속의 본드는 굳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장부를 구멍에 밀어 넣을 때 본드가 어느 한쪽 (널널하게 가공된 쪽으로)으로만 밀려나오면서 장부의 빡빡한 쪽 면에는 본드가 아예 안묻기도 합니다. 이렇게 어느 한쪽 면이라도 본드가 잘 안묻어서 못스며들면, 이건 본드를 안바른 것과 똑같습니다. 

    공방을 운영하다보면 의자나 스툴의 하자보수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하자의 십중팔구는 도미노가 뽑혀나온 경우입니다. 도미노 결합이 그리 허술한 결합 방법이 아닌데 문제는 만든 사람이 본드를 양쪽에 잘 안묻혀줘서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비품 도미노 핀을 사용했거나!) 

    (참고로 이런 경우의 수리는 본드를 다시 하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됩니다. 일반적인 목공 본드는 한번 굳은 위에 다시 묻어서 접착되지 않습니다. 본드를 다시 발라서 클램프로 조아놓아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지요. 나사못이나 코너 블락/브라켓 등을 활용해서 겹합 부위를 보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막상 가구 조립을 해보면 모든 결합 부위의 양쪽으로 본드칠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손이 하나만 더 있으면 하지요. 이럴 때, 본드가 잘 붙는 면과 안붙는 면을 구분해서 작업하면 혼자서도 어느 정도는 작업이 가능합니다. 잘 안붙는 면(나이테면이 닿는 접착면)은 어차피 잘 안붙으니 잘 붙는 면들 끼리의 접착 부위만 우선적으로 바르는 것이지요. 사개맞춤이나 주먹장 맞춤, 장부 맞춤 등에서 어디가 유효한 접착면인지를 한번 생각보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③ 붙여서 클램프로 조여놓는다.
    이제 붙인 것을 잘 눌러놓을 차례입니다. 눌러놓는, 즉 접착부에 압력을 가하는 이유 중 첫번째는 모든 접착부위가 잘 밀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양쪽 스며든 층 사이의 접착제 층이 0.05mm 전후의 두께로 균일하게 형성되면 가장 좋습니다.

     

    그런데 만약, 양쪽의 접착면이 완전한 평면이라면? 작은 클램프 압력 만으로도 접착제 층을 얇고 균일하게 만들 수 있겠지요. 따라서 나무가 잘 준비되어 있으면 (표면이 매끄러운 완전평면으로 잘 다듬어져 있으면) 붙이기도 매우 쉽습니다. 

    반면 굴곡이 상당해서 가운데 어디 쯤이 1mm 쯤 뜬다면, 상당한 압력을 가해야 두 판재를 밀착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나무는 탄성이 있는 재료이니 파이프 클램프 여러개로 꽉 조으면 어지간한 것들은 다 밀착시킬 수 있을 텐데요, 그렇게 해서는 안됩니다. 억지로 세게 눌러서 붙이면 나무가 원 위치로 돌아가려는 힘이 접착 부위에지속적으로 작용해서 언젠가 결국은 떨어져 버립니다.  

    그럼 좀 뜨긴 했는데 그냥 눌러서 붙여도 되는 정도는 얼마 정도일까요? 목공인들 사이에 전해지는 경험적 기준은 '클램프 하나로만 가운데를 살짝 조였을 때 접착면 전체를 밀착시킬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정도면 목공 본드의 접착력이 나무가 스프링처럼 되돌아가려는 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집성할 때 클램프를 하나만 해놓지는 않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스트 기준) 

    접착부에 압력을 가하는 두번째 이유는, 본드 사이에 생긴 기포를 제거하고 본드가 나무에 더 잘 스며들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스며든 층이 두꺼울수록 접착력이 좋아지는데, 보통은 건전한 상태의 세포 2~6층 정도 아래로까지 스며들어야 최고의 접착력이 형성된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압력을 무조건 세게 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압력이 너무 세면 나무 사이의 본드가 밖으로 다 흘러나와서 스며든 층 사이의 본드층이 아얘 없어져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압력이 적당하냐? 합판이나 집성판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나무와 본드 별로 갖고 있는 데이터를 적용해서 적당한 압력으로 누릅니다. 보통은 조밀한 나무일수록 더 큰 압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압력을 숫자로 조절할 수 없는 공방에서는 눈으로 보고 적당히 붙이는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압력을 가하는 세번째 이유는 본드가 완전히 굳어질 때까지 접착 상태를 그자리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클램프 타임 30분 ~ 1시간) 

     

    여튼 집성할 때라면, 우선은 나무 준비가 가장 중요하겠고, 그 다음으로 본드 양쪽 모두에 잘 바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클램프를 압력이 면 전체에 골고루 분산될 수 있는 방법으로 잘 조여놓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두꺼운(2인치) 좌판 등을 집성할 때는 아래 사진과 같이 부목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클램프의 압력이 몇몇 포인트에 집중되거나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글이 생각보다 많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본드에 대해서는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내용이 조금 더 있는데 관련 내용은 2편에서 다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거리입니다. 판재를 집성할 때 클램프의 역할과 장부 맞춤 등 짜맞춤 가구를 조립할 때 클램프의 역할은 조금 다른데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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